로마인의 도시인 빌립보에는 유대인의 회당이 없었기에 사도바울은 안식일에 기도처를 찾아 문밖 강가로 갑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회당에 가는게 최우선이나 회당이 없을 시에는 강가를 찾아갔습니다. 이는 포로기에 바벨론 강가에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기도하던 습관을 따르는 행위입니다.
사도행전 16장에서 바울이 루디아에게 복음을 전하자 루디아는 즉시 세례를 받습니다. 안식일에 강가에 와서 기도하는 경건한 유대인인 바울이 하는 말이기에 신뢰가 갔습니다. 아무런 선 이해 없이 바울을 시장에서 만났다면 쉽게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문밖 강가에서 기도하는 경건한 사람인 바울이었기에 믿고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내가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실 만한 좋은 사람인지 알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가를 보면 됩니다. 나 혼자 있을 때 가장 관심이 있고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내가 주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면 그게 바로 나란 사람을 규정하는 모습입니다.
우리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숙제를 받아왔습니다. 부모님이 뭐하시는 분이냐를 묻는 숙제였습니다.
아들이 쓴 아버지가 하는 일은 '컴퓨터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나름 얼리 어뎁터라 예전부터 일도 컴퓨터로 하고 설교도 컴퓨터로 썼기 때문에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저는 지금 그리스선교&성지연구소 웹사이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학원의 웹사이트를 비롯하여 한인회 웹사이트도 만들고 관리하는 중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본 엄마는 '청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아내는 30년 된 아파트를 새 아파트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지금도 집 청소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마치 청소가 삶의 목적인 양 열심히 청소하며 살아갑니다.
형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게임하는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정말로 큰 아들은 매일 열심히 게임만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은 게임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테마로 하는 일인방송을 하면서 나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평범하게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미술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초등학교 1학년의 어린 아들의 눈에 비친 가족들의 모습입니다. 나 혼자 있을 때 하던 모습이 실제로 현재와 미래의 나의 모습입니다. 남이 보든지 보지 않든지 경건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도 바울에게서 경건함이 퍼져나갔고 그 모습을 본 루디아가 말씀을 듣고 세례받는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루디아의 세례터에서 이루어진 이천 년 전 복음의 역사는 경건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현장에서 오늘날에도 일어납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오늘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주께서 내게 어떤 하나님의 사람들을 보내주실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루디아 기념교회는 사도바울이 빌립보에서 매를 맞은 장소에 지어진 옥타곤(팔각형) 교회의 모습과 같은 팔각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루디아가 사도바울의 사역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루디아가 세례를 받은 후 기쁨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집으로 바울 일행을 모신 후 온 가족이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교회가 시작됩니다. 단 한 사람이 세례를 받았을 뿐인데 복음은 엄청난 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숫자에 민감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명이 모이는 교회인지에 관심이 많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에 귀를 귀울입니다. 하지만 소중한 것은 보이든지 보이지 않든지 신실하게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바울과 루디아 단 두 명이었지만 이를 통해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는 유럽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이어받은 우리들이 현재에도 루디아가 세례 받은 세례터를 거닐며 묵상하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 홀로 있는 시간에 경건함에 이르러 하나님이 보내신 경건한 동역자들과 함께 복음의 새 역사를 위해 오늘도 작은 한발 한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스선교&성지연구소 연구위원 김태연